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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임지
2009.03.06 17:30 어제/어제의 책·음악
아지즈 네신의 '생사불명 야샤르'.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사실 딱 한마디로 정리된다. 이 책을 읽은 후, 국내에서 출간되는 아지즈 네신의 모든 책을 구입했다라는 것. 사실이다.

터키의 국민들이 왜 이 작가를 사랑하는 지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나 역시 터키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됐다. 

아무래도 터키는 우리나라와 처한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소설속에 나오는 상황들이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어쩜 그리 딱딱 맞는지. 오히려 일본 소설들은 친근하지만 뭔지 모를 이질감들이 있는데, 터키는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로 참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주인공인 야샤르 야사마즈(터키어로 야샤르는 살다, 야사마즈는 죽음 이런 뜻이란다)는 어떠한 일로 인해 교도소에 감금된다. 말 재주가 있는 야샤르는 매일 교도소 동료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온갖 황당무계한 일들이 그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

야샤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밟던 중, 자신이 호적상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적상에서 야샤르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고, 야샤르가 태어나기도 전인 카낙칼레 전투에서 전사된 것으로 돼 있다. 공무원에게 항의를 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공식 문서상에 전사한 것으로 돼 있는 데 어떻게 인정을 하느냐고 오히려 성을 낸다. 그렇게 야샤르는 주민등록증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주민등록증 없는 삶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삶이다.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취직을 할 수도 없고, 결혼도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국민으로써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삶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게서 앗아가는 모든 것들은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상관없다. 군 입대를 통해 젊음을 앗아가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앗아가고, 심지어는 싸구려 모자까지 앗아간다.

살아있음을 눈 앞에 보이는 존재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공식적인 행정 문서로만 인정하려고 한다. 본인이 전사자가 된 것은 행정상의 실수이지만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오히려 결과물인 문서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함을 심각하게 전달하지 않고, 그야말로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이 아지즈 네신의 매력이다.

특히 그가 관공서에 들어가 벌이는 여행(?)은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한다. 

"형님들, 제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더니 군에 입대할 때가 되니 '넌 살아 있어'라고 했어요.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고 할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더니 유산을 상속받을 때가 되자 '넌 죽었어'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신병원에 처넣을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고."

읽는 사람이 애가 탈 정도 너무 순진한 야샤르는 그 온갖 불행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자살을 하려고 해도 그것이 야샤르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야샤르는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매일 교도소의 동료들은 야샤르의 이야기를 애가 타도록 기다린다. 그 재미있고 애 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당장 '생사불명 야샤르'를 펼쳐보라고 강권한다.

- 2009년 22번째 책

생사불명 야샤르 - 10점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푸른숲







posted by 볼매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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