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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임지

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다 다르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로 양분해서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자들은 이렇겠지, 남자들은 이렇겠지라는 일말의 오해라도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나름 평범한 남자들 셋과 성에 관한 난담을 나눠봤다.

느낌 "성이란 걸 접한 건 언제쯤?"
나군 "중학교 1학년 때. 핫윈드라는 잡지가 있었어. 내 또래는 아마 모를 사람이 없을 걸."
가군 "중학교 때 포르노."
다군 "나도 중 1때. 친구 집 갔는데 이상한 걸 틀더라고. 진짜 놀랐지. 미국 거였는 데 완전 쇼크였어"
느낌 "어떤 면에서?"
다군 "짐승 같았어"
나군 "처음엔 다 그래"

느낌 "첫 경험은 언제였어요?"
나군 "대학교 1학년 때 여자친구랑. 곧 군대를 가는데, 그 사실을 입대 3주 전엔가 알려줬거든. 그러면서 서로 사는 집 구경하고 했는데, 마침 우리집에 아무도 없었던 거지. 어쩌다 보니 하게 됐어."
느낌 "계획에 없었던 거?"
나군 "계획에 없었지. 술도 안마셨으니 정신도 말짱했어."
느낌 "느낌은 어땠어요?"
나군 "판타지가 깨졌다고 해야하나. 섹스를 하고나면 엄청난 충격이 올 줄 알았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허무하더라. 그러고 나니 왠지 여친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냥 섹스 없이 만나기만 했으면 사귀었다 헤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같이 잤다고 생각하니까 결혼에 대한 생각도 들고. 삶의 무게가 한꺼번에 두둥 다가오는 거지."
느낌 "피임은 했어요?"
나군 "아니, 그냥 질외사정."
다군 "난 27이나 28에 여친이랑. 그냥 맥주 가볍게 먹고 여친 집에 갔는데 밤에 간 거지, 그리고 불을 안켠거지. 계획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어. 기분은 별로 안좋았어. 환상 같은 게 깨졌다고 해야하나. 피임도 안했던 것 같은데."
느낌 "다군 같은 경우는 첫 경험 늦은 거 아닌가."
다군 "글쎄.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잘 모르겠네."
느낌 "남자들끼리 서로 그런 얘기 안해요?"
다군 "그런 얘기 잘 안해. 어렸을 때나 군대에서만 많이 하지."
가군 "난 알바하다가. 여친도 아니었고, 그냥 우연찮게. 제대하고였으니까 28쯤. 내가 하는 일 중에 주차장 관리도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아줌마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집에 가시라 하고, 순찰 돌고 왔는데 아직 있더라고. 에라 이럴 바엔 같이 먹자하고 마시고 헤어졌는데, 그 아줌마가 다시 오더라. 그래서 아줌마 봉고차에서. 아무튼 남자들 첫 경험은 원나잇이 많은 것 같애. 예견치 않게 오는 경우도 많고. 특히 취중에."
느낌 "피임은?"
가군 "안했지. 정확히 어떻게 했는 지도 기억 안나"
느낌 "여자들은 보통 남자가 여자친구를 사귀면, 얘랑 언제 자볼까 이런 생각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꼭 그랬던 것 같진 않네요."
다군 "정말 아니야. 그건 여자를 생각할 때 쇼핑 좋아하고, 꾸미는 거 좋아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랑 똑같애"

느낌 "결혼했는데, 여자가 첫 경험이 아니라면?"
나군 "신경도 안쓰고 묻지도 않을 건데. 뭐하려고 물어봐. 오히려 그 사람이 처음이면 더 당황할 것 같은데. 넌 살면서 전혀 인기가 없었니, 뭐 그런 기분?"
다군 "좀 신경 쓰일 것 같은데. 뭐 극단적인 거부는 아니고. 마음 한 켠의 스크래치 정도?"
가군 "내 여자는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야. 차로 얘기를 하면, 내꺼니까 세차도 하고, 아끼 듯이 내 여자니까 지켜주는 거지. 후배 중 하나가 결혼 전까지 여친을 지켜줬대. 근데 첫날밤에 여자가 첫 경험이 아니라는 걸 안거야. 거기서 트라우마를 좀 입었나봐. 그 뒤로는 성관계를 좀 덜하게 됐대."
느낌 "같이 안 자는 게 지켜주는 건가? 오히려 결혼할 거면 같이 잘 수 있는 거잖아요. 결혼을 할 지 안할지 모르니까 지켜주는 거지."

느낌 "피임은 어떻게 해요?"
나군 "1년 가까이 안했는데 여친이 조심스럽게 얘기하더라고. 그 때부터 콘돔 껴. 착용하는 순간이 좀 민망한 것 빼고는 아무렇지 않아."
가군 "콘돔."
느낌 "콘돔 불편해하는 남자들도 많던데?"
가군 "콘돔은 그저 장치일 뿐이야. 목적은 분명하잖아. 그러니까 난 차라리 어떻게든 빨리 좀 해라 이런 거야."
느낌 "특별히 콘돔을 끼는 이유는 있어요?"
나군 "글쎄. 학습효과 아닐까? 제일 안전하고 간편한 방법이라니까."
가군 "근데, 그런 건 있어. 내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콘돔 끼기 싫어. 주위 이야기 들어보면 업소 같은데 가면 빼고 하자고 많이 한대."
느낌 "콘돔 처음 쓰는데 어렵거나 하진 않았어요?"
다군 "그냥 끼는 거지. 모를 수가 있나?"
나군 "아 근데, 앞으로 풀어야하는지, 뒤로 풀어야하는지 그건 좀 헷갈렸다"
다군 "아 나도 헷갈린 적 있어."
느낌 "엄밀히 얘기하면 사용법을 정확히 모르는 거네. 준비는 누가 해요?"
나군 "내가. 여자한테 콘돔 사게 하고 싶지 않은데"
가군 "준비해? 딴 데 가면 다 있던데. 그걸 누가 가지고 다녀? 걸리면 쪽팔리잖아"
나군 "우린 혼자 사니까 숙박업소에 안가잖아."

느낌 "만약에 여자가 콘돔을 가지고 다닌다면?"
가군 "죽여버리지. 그거 쓸 일이 뭐가 있다고?"
다군 "전에 어떤 블로그서 봤는데, 여자가 집에 구비 해놨다가 할 타이밍이 됐을 때 꺼내면 남자들이 황당해하고, 기분 나빠했다고 하더라. 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고,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 얼마 안남았다, 그러면 괜찮은데 일상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건 좀. 섬뜩하지."
나군 "여친이 가지고 있어도 충격받을 것 같은데. 콘돔 없으면 안한다고 하면 나가서 사오면 되지."

느낌 "먹는 피임약은 어떻게 생각? 피임약 먹는 걸 말해줘야 할까?"
다군 "피임약을 먹는다면 당연히 말해줘야지. 근데 약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봐. 피임약이 몸에도 좋다고 하는데 좀 신뢰하긴 힘드네. 약을 먹는 것 자체가 몸에 이상이 있음을 고치는 게 아닌가."
느낌 "피임약 먹는 게 좋지 않다라는 건 다군님의 잘못된 생각이야. 물론 그건 다른 여자나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 피임약이 몸에 좋지 않다라는 생각이 팽배해있는 데 사실 근거없는 속설이거든. 음모론을 펼치자면 피임약의 출현으로 여자들의 성 생활이 자유로워지니 안좋은 이미지들을 퍼트린 건 아닐까? 미국에서는 피임약 금지한 적도 있었으니까. 요즘 여자들 월경전증후군 같은 것도 많이 겪는데 먹는 피임약이 오히려 이런 데 더 효과도 있고. 여자가 피임약 먹는 걸 말해줘야한다고 했는데, 말을 하든 하지 않든 피임약이라는 것이 여자들이 주체적으로 피임을 준비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거든."

느낌 "여친 외에 다른 사람이랑 섹스한 적은?"
나군 "있어. 의도치 않게 하게 된거라 콘돔 사러 갔으면 흥이 깨졌을 거야. 그럼 그 사람이랑 안잤겠지. 여친이랑 자는 게 다정다감하고 애틋한 감정같은 거라면, 다른 사람의 경우는 욕정이 폭발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피임이 머릿속에 안떠오르지"

느낌 "섹스할 때 대화는 하나?"
나군 "여친이 수동적인 편인데, 보통 듣는 편이지. 하지 말라는 얘기를;; 내가 바라는 점? 그런 얘기 못하지. 사실 결혼 전에 성관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100% 신뢰하는 건 아니잖아. 괜히 이 얘기 저 얘기 했다가 밝히는 사람으로 오해받고 싶지도 않고."
다군 "우린 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해달라 뭐 이런 요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한 적은 많은데, 정말 얼마나 얘기했나는 의문이지만."
나군 "여친이 먼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자극적이더라. 원래 술 안먹는 친구인데, 마트에서 어떤 맥주를 사서 먹었는데 그날은 평소랑 되게 다르더라고. 좀 놀랬지만 기분은 좋았어. 그 뒤에 마트 갔을 때, 내가 또 그 맥주를 고르니까 여친이 웃더라."
다군 "뭘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 얘기해 주면 좋지. 노력도 할 수 있고."

느낌 "섹스하면서 내가 잘해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은 안하나"
다군 "하지. 때에 따라 다른 데 어떤 땐 강박적으로 생각해. 이 친구가 기분이 좋아야 하니까 잘해주고 싶고, 열심히 해주고 싶고."
나군 "많이해. 싫어하는 걸까. 부끄러운 걸까 잘 모르겠어.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되게 미묘하잖아. 아예 하지마할 수도 있고, 아니 거기 말고 이걸 수도 있는데, 명석한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내심 긴장해. 혹시 내가 폭력적이진 않을까. 뭐 그런?"

느낌 "경험 많은 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가군 "난 반댈세. 카마수트라를 책으로 공부하던지. 경험 많은 건 좋지 않아."
다군 "난 내가 한국형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싫지."
가군 "경험보다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면 최고지. 절대 못 끊는 마약이지."
다군 "내가 처음으로 했던 애가 그랬어. 경험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 타고난 듯? 할 때마다 깜빡 넘어간 적이 되게 많았어. 그래서 그 애랑 못헤어지고 더 오래 만났을 수도..."
나군 "별로 상관 안하는데, 쉬운 여자와 석녀 사이에 많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쉬운 여자를 금전적인 관계로 엮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석녀같애. 그냥 성적인 욕구 어떻게 해결하는지 의문이 들 만큼 재미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군 "어렸을 때 성을 접한 사람들은 생각이 좀 더 유연해지는데, 늦게 경험한 사람들은 이미 성적 가치관이 잡힌 상태에서 경험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더 보수적인 것 같애. 유연성 뭐 이런 걸 모르니까."
나군 "약간 오버해서 말하면 성적 매력과 경험은 비례하는 것 같아. 매력있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듯이. 경험이 많으면 또 매력적이 되기도 하고."

남자들과 성에 대해 난담을 나눈 건, 어쩌면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사실 나도 알게 모르게 남자들의 머릿속엔 섹스만 있을 것이다, 언제나 섹스를 계획할 것이다 등 단편적인 편견들이 없지 않았다.

이 세 사람이 모든 남자들을 대변할 순 없지만, 남자들 머릿속에 섹스만 들어있지는 않다라는 점, 여자를 지켜줘야한다라는 생각이 어쩌면 책임감의 발로일 수도 있다는 점, 예기치 않은 섹스가 언제든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은 확인할 수 있었다.

콘돔을 준비하는 여성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내 몸은 소중한 거니까. 굳이 콘돔이 아니더라도 피임은 준비하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섹스할 때 대화하지 않는 점이었는데, 어쩌면 그런 점들이 남녀 사이에 더 벽을 쌓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만족스럽지 못한 성관계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끄러운 것인지, 싫은 것인지, 좋은 것인지 내가 먼저 솔직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 서로의 생각과 느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건강한 섹스의 첫 걸음이 아닐까.

posted by 볼매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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