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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임지
2009.06.03 14:34 어제/어제의 영화·TV

'마더', 그래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는 대체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엄마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영화는 무심하게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춘다.
이제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아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크게 포커싱을 맞추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쳐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먼저, 엄마 이야기부터 하자.
영화 속 엄마에게는 오로지 아들인 도준이 밖에 없다. 도준이 없는 엄마의 생활이란 그려지지 않는다. 작두로 약초를 썰면서도 오로지 시선은 도준에게만 있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도준이 걱정 뿐이다. 도준이가 없는 삶은 엄마에게 의미가 없다.
그 사실이 나는 참 서글펐다. 자신의 삶이 없는 엄마의 삶이란 것은 먼훗날 엄마가 될 지 모르는 내겐 참 씁쓸한 현실이었다.


도준이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자 엄마는 사방팔방을 쫓아다니며,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려 한다. 급기야는 직접 수사를 벌인다. 엄마에게 너무 잘어울리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해 증거물품이 될만한 것을 경찰서로 가져가기도 하고, 아줌마라는 친숙함을 내세워 아이들에게 죽은 여고생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참 단순하고 쉬운 수사인데, 경찰들은 왜 이것조차 하지 않았을까? 경찰 권력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오랜 냉소를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엄마는 참 영리하다.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은 주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해결한다. 위기 대처 능력, 상황 판단 능력도 뛰어나다.

그렇게 엄마는 진실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서고, 마침내 마주한 진실에서 엄마는 어떤 행동을 취한다. 그 선택에 우리가 수긍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 극중 엄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 걸까. 우리는 왜 그럴 수도 있겠다며 그 장면을 받아들이는 걸까. 사회 속에서 인식하는 모성애는 어쩌면 굉장히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도준이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 리뷰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원빈에 대해 지적했다. 김혜자에 비해 너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공포의 시작과 끝은 바로 도준이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도준은 항상 사건을 몰고 다닌다. 그리고 엄마를 대하는 도준의 태도는 늘 뭔가 석연치 않다. 단지 귀찮은 것? 어려울 때 찾게 되는 것? 그보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애증의 관계가 있다.

'저주받은 관자놀이'로 많은 것을 기억해 내는 도준. 어쩌면 그건 트릭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후반부, 도준이 엄마에게 건넨 물건은 많은 점들을 시사한다. 그 장면은 사실 너무 섬뜩했다. 도준이 그것을 건넸을 때는 이미 엄마의 행동을 알아차렸다는 것이 되고, 그걸 알아차렸다는 것은 엄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조용히 극의 흐름을 지배하는 건 오히려 도준이었다는 얘기다.

다시 전반적인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모든 것이 그저 잘 짜여진 영화처럼 보인다는 것, 우리가 엄마와 도준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인 것 같다. 그건 조연 및 엑스트라로 출연한 모든 사람들의 연기와 위치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짧게 지나가는 약사에서부터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세팍타크로 형사', 본드를 마신 학생들, 고깃집 불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어색하지 않게, 극의 흐름을 이어간다.(사실 어떤 영화들은 보다보면, 엑스트라는 너무 엑스트라 답다.)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향 효과와 조명, 카메라 움직임은, 영화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영화 그 자체의 진실을 알려준다. 다른 어떤 영화야 안그렇겠냐만은 영화가 끝나고나서야 그야말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더, '모성애의 끝'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모성애에 요구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영화라고 생각해 본다.


뱀발. 그러고보니 이제 필수품이 돼버린 휴대폰은 언제나 늘 '진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일반인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품이 됐다고나 할까. 알고보면 참 무서운 물건이다.


posted by 볼매임지
2009.05.05 14:29 어제/어제의 영화·TV

뱀파이어가 된 신부. 흔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마냥 새롭지도 않다. 상반된 모순 사이에서 갈등하고, 싸우는 모습은 많은 책이나 영화의 소재가 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송강호는 차치하더라도 김옥빈에게서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해 새롭고도 놀라웠고, 김해숙의 연기는 소름끼쳤다. 김해숙은 특히 눈빛 연기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해줬다.

박쥐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무언가가 결여된 사람들이다. 금욕 생활을 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성욕을 억제해야만 했고, 태주(김옥빈)에게는 자유가 없었고, 박인환이 연기한 노신부는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었다. 그렇기에 태주는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자유를 갈망했고, 노신부는 어둠의 빛 한줄기라도 보고자 뱀파이어가 되는 것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된 상현을 괴롭혔던 건 무엇이었을까? 본인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야 한다라는 것? 그렇기에 살인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 그렇지 않다고 본다.

상현이 처음으로 피를 빨게 됐을 때 그에게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정 갈등을 했다면 눈동자라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가 갈등했던 건 피를 빠는 행위가 아니라 태주와의 성행위였다. 태주와 첫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게될 찰나 상현은 그 순간을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려 했다. 결국 상현을 갈등하게 하고, 유혹에 흔들리게 하는 건 '살인하지 말지어다'가 아니라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지어다'였던 것이다.

상현이 태주와의 섹스는 계속하면서도 살인을 쉽게 하지 못하는 건 신부인 그를 가두고 있었던 건 성적인 욕망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송강호의 성기 노출도 이 점을 시사하는 것 같다. 성폭행을 하다 사람들에게 걸린 뒤 힘 없이 걸어나오는 상현의 성기는 풀 죽어 있었다. 그것을 난 그의 욕망이 사라졌다는 걸 뜻한다고 봤다. 상현은 그 길로 바로 죽음을 맞이하러 간다. 생을 가능하게 했던 욕망이 사라졌기에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끝까지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태주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신부인 상현을 유혹하고, 그를 속여 자신의 남편까지 죽음으로 내몬다. 뱀파이어가 된 뒤에도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피를 구한다. 태주를 숨막하게 했던 건 억압된 자유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섹스에 대해서도 살인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태주는 상현과 함께 살고자 했다. 그랬기에 태주를 차에 태우고, 트렁크에 함께 들어가기도 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 모든 가능성들이 사라지자 상현의 옆으로 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태주의 욕망이었던 자유란, 어느 정도의 구속이 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상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은 자유조차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삶이란 단지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끝없이 원하고, 욕망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허무해질 때, 죽음을 택하기도 하듯이 말이다.

 


posted by 볼매임지
2009.04.29 15:01 어제/어제의 영화·TV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 소설 'Q&A'를 이미 읽었던 터라 영화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책이 재미있었으니 그냥 한 번 봐볼까? 수준이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소설의 큰 틀은 가져왔지만 내용 면에서는 상당히 많은 각색이 이루어졌다. 자말과 라띠카의 사랑을 부각시키면서 큰 줄기의 스토리 라인을 잡았고, 원작 속 절친한 친구였던 살림을 악역을 담당하는 친형으로 바꿔 놓았다.

자말이 겪었던 온갖 인생의 풍파 역시 간략하고 덜 가슴 아픈 내용들로 축소됐다. 아마도 원작처럼 종교 문제와 동성애에 관한 문제를 건드렸다면 내용이 많이 무거워졌을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자말과 살림에게 너무 분명한 선과 악을 나눠줬다고 해야할까. 선악은 공존하는 것인데 말이다. 원작에서도 자말은 역시 착한 사람으로 나오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복수도 할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어린 자말이 인기 배우의 사인을 받기 위해 똥통으로 뛰어들던 모습. 어린 자말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관광 안내로 돈을 벌기 시작한 자말이 경찰에게 얻어맞으면서 내뱉은 한마디. "진짜 인도가 보고 싶다고 했죠? 이거 바로 인도에요."

영화는 인도 빈민층의 모습과 지저분한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전한다. 그리고 고층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변하고 있는 인도의 모습도 영상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원작에서는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인도 사회에 대해서는 더 면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posted by 볼매임지
2009.04.27 13:01 어제/어제의 영화·TV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왠지 자극적인 제목에 낚여 영화를 본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Vicky Cristina Barcelona'라는 원제를 이런 요상한 이름으로 바꿔놓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상당히 격하시켰다고 비난을 퍼부어주고 싶다.

우디 알렌을 좋아하지만 영화 제목 때문에 볼까 말까 망설여졌던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뒤, 역시 제목을 잘 못 지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그 작명 센스에 화가 치밀 정도였다. 물론 낚시라도 해서 영화를 많이 보게 하겠다는 좋은 의도였겠지만 영화 내용을 너무 왜곡한 것은 아닐까?

아무튼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큰 줄기는 원제처럼 비키와 크리스티나라는 절친한 친구가 바르셀로나로 떠나면서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즉흥적이고 열정적인 크리스티나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비키에게 다가온 매력적인 이혼남 안토니오와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사랑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여자가 안토니오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식 제목처럼 안토니오의 전 아내 마리아도 이들 사이에 끼여들게 된다.

크리스티나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안토니오에게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하지만 결혼을 앞둔 비키는 냉정하고 차가울 뿐이었다. 하지만 안토니오와 먼저 섹스를 하게된 건 비키. 그 이후로 크리스티나와 안토니오는 동거도 하며 사귀는 사이가 되고, 비키는 안토니오를 잊을 수 없다. 또 자살을 시도하는 바람에 크리스티나, 안토니오와 함께 동거하게 된 마리아. 안토니오와는 시시때때로 부딪치지만 헤어질 수도 없는 애증의 관계나 다름 없다.

이들 세 사람은 성격도 다르고, 사랑을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3명의 여자를 등장시킨 건, 사랑이라는 건 결국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밀어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매사의 감정에 솔직하자라는 사랑 방식? 그렇게 살고 싶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비키와 크리스티나도 여행을 간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을 나눌 수 있었을 지도.

영화 속 3명의 여자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크리스티나), 페넬로페 크루즈(마리아), 레베카 홀(비키)이 모두 매력적인 건 두말할 나위 없고, 안토니오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도가 사실 놀랍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살인자를 연기할 때만 해도 매력적이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선 섹시남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그리고 오프닝부터 중간 중간에 들리던 음악 바르셀로나, 경쾌한 리듬에 은근한 중독성이 있어서 귓가에 계속 맴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아 빨리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다라는 것. 그리고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와인 마시는 장면이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정말 와인을 사러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posted by 볼매임지
2009.03.05 16:54 어제/어제의 영화·TV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건 어쩌면 페이크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중요한 건 거꾸로 가는 시간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갈수록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 겉모습만 떼놓고 보자면,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하나도 없다.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똑같은 사춘기를 겪고, 늙어가면서 점차 기억과 기력을 잃게 되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과정들을 겪을 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벤자민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떠남을 자연스레 터득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좀 더 빨리 성숙한다.

그래서 비록 속은 어린애이지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벤자민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던 것일 게다.

영화를 보면서 대단한 사랑을 한다고 느꼈던 건 사실 벤자민에게서가 아니라 데이지를 통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데이지를 사랑하고, 본인은 젊어지지만 늙어가는 데이지를 끝까지 사랑하는 벤자민. 그러나 데이지는 늙은 모습이었던 벤자민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줬다.

사실 벤자민이 어렸을 때의(겉모습은 늙은) 모습은 좀처럼 얼굴을 대하기가 힘들 정도로 상당히 쭈글쭈글했다. 영화속에 나온 다른 노인들보다 더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비록 서툰 모습이긴하나 그런 모습의 벤자민을 사랑했고, 그 벤자민이 늙어(겉모습은 아이가) 돌아와도 여전히 그를 보살펴줬다.

오히려 외모를 벗어나 그 사람의 본질을 본 건 벤자민이 아니라 데이지가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젊음의 생기를 잃고,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고, 또 가장 중요했던 기억들을 잊어간다는 것. 그것들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라도 찾고 싶은 우리들의 욕망이 아닐까.

posted by 볼매임지
2009.01.21 16:22 어제/어제의 영화·TV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일 것이다. 단지 그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것보단 첫 경험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의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었고, 두려움이었고, 기쁨이었고, 또는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마이 퍼스트 타임은 그 수많은 사람들의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극 시작 5분 동안은 좀 실망스러웠다. 총 4명의 출연진들이 돌아가면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첫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순간 연극이 계속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하는 불안감이 스쳤다. 

그러나 그같은 우려는 다행히도 극 시작 5분이 지난 뒤 씻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술에 취해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첫 경험을 치르기도 했고, 누군가는 철저한 계획 하에, 누군가는 원치 않게, 또 누군가는 나중을 위해 아직 남겨두기도 했다.

흔히 다른 사람들의 첫 경험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단지 호기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 극 속에서 나오는 첫 경험 이야기를 듣다보면, 유쾌하기도, 슬프기도,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정말 사랑스럽고 서툰 첫 경험들도 많지만 흔히 말하는 데이트 강간, 피임없는 섹스, 동성과의 첫 경험 등 다양한 경험을 마주함으로서 다양한 성 의식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서 털어놓은 누군가의 실제 고백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또 관객들은 극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데, 연극 중간 중간에 이 내용들이 언급된다. 나와 함께 연극을 보는 사람들이 털어놓은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놀랍기도 하다.

마이 퍼스트 타임은 모두가 서툴렀을 첫 경험에 대한 기억을 다시 되새겨보자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서툴렀을 지라도 어렵고, 두렵고, 실수했을 지라도 이 다음에는 조금 더 잘해보자는 다짐이다. 

여튼 앞으로 첫 경험을 할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단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무계획하에 첫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피임은 꼭 하라는 것. 아예 콘돔을 소지하고 다니거나 가까운 데서라도 구입을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임신 안된다더라'하는 떠도는 풍문은 싹 무시해주자. 

마이퍼스트타임(MyFirstTime)  예매하기
장르 연극
기간 2009.01.03 ~ 2009.03.31
장소 대학로 예술마당 3관
등급 18세이상
안내 1544-1555 
posted by 볼매임지
2008.10.02 21:59 어제/어제의 영화·TV

처음 이 영화의 내용을 접했을 땐, 왜 영화의 제목이 '멋진 하루'일까 조금은 의아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래, 어쩌면 이것이 '멋진 하루'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그 동안은 몰랐던 그 사람의 모습을 하룻동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일이니까.



영화 속 병운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이다.

능글맞은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게 장난스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실상은 진지하고, 헤어졌지만 한 때 사랑했던 여자의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다양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줄 아는 남자이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빌려줬던 350만원을 받기 위해 병운을 찾아온 희수, 그녀는 화가 나있는 것 같다. 아니 지쳐있다고 해야할까.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희수는, 병운에게도 계속 해서 화를 내지만 어느덧 그녀가 사귈 때는 모르고 있었던 병운을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곳곳에서 만나는 수많은 여자들을 통해 자신의 옛모습일지도 모르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미묘하지만 그녀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화를 푸는 것 같다. 

그녀가 병운을 찾아온 것은 돈을 받기위해서가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화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병운은 그런 희수에게 화를 내는 방법이 아닌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촬영기법이 맘에 든다. 단순한 인물 중심도 아니고, 또 배경 중심도 아니고,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을 다양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아 이 사람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달리는 자동차 속의 사람은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등등. 장면장면이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서울 곳곳의 모습은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서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작은 감정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는 이 멋진 영화를 봤다면, 당신도 '멋진 하루'를 보낸 셈이다.

Tip.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1. 병운의 사촌을 만나러 간 곳에서 희수가 계단을 내려가려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미묘한 움직임들과 장면은 압권이었다. 광합성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장면도 멋져 보였다. 
 
2. 엔딩 크레딧. 희수의 바라봄이 무엇 때문이었는 지 그 해답이 들어있다.





멋진 하루
감독 이윤기 (2008 / 한국)
출연 전도연, 하정우, 김혜옥, 김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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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볼매임지
2008.09.09 12:57 어제/어제의 영화·TV

이미 많은 세월을 살아 온 '늘근' 도둑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세상으로부터 무엇을 훔친 사람들은 누구일까 되물어본다.

어느 한 집의 재물을 턴 도둑이 도둑인건지, 서민들의 삶을 또는 삶의 행복을 앗아가는 사람들이 도둑인 건지...

연극은 재미있으면서도 섬뜩했다. 요즘 언론에서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내용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반공반첩을 외치던 레드 콤플렉스, 신정아의 학력위조와 변양균과의 스캔들, 미국 쇠고기 수입, 촛불 진압 등 많은 이야기들이 언급된다.

그것은 통쾌하면서도 한편 씁쓸하다.

다른 곳에선 그런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과 호흡하고, 관객과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늘근 도둑이야기'는 소통을 하고 있었다.

웃지 못할 일이다. 국민들과 소통해야 할 정부는 귀 막고, 눈 가리고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하고 있는데, 관객들 앞에 하나의 완성된 극을 보여주는 연극이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근 도둑 이야기는 세상을 훔쳐간 부조리를 고발한다.
규제하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이 연극을 본다면 공연 금지라도 하려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온 몸의 땀구멍이 주둥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는 도둑이 내뱉은 이 말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훔친 게 있어야 말을 할 게 아닌가.

정작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것들을 훔쳐간 건 이 '늘근' 도둑들이 아니니까.

그러나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는 적어도 한가지만은 훔쳤다.

관객들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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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언제까지? 내년 1월 4일까지
어디가야 볼 수 있죠?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

posted by 볼매임지
2008.07.24 13:05 어제/어제의 영화·TV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놈놈놈'을 재평가하자면 멋진 놈, 불쌍한 놈, 비열한 놈이 아닐까 싶다.

멋진 놈,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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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우성이 멋지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마도 정우성이 자신의 매력을 100% 뽐내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은 연기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멋진 매력을 100% 다 발휘한 것 같다. 정우성만 나오면, 그 장면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간지' 작렬이다.

길고 잘뻗은 몸매로 뭘 해도 폼이 나니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눈을 즐겁게 해준 멋진 놈이다.

불쌍한 놈,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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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닌 자신에 집착하는 이병헌은 불쌍한 놈이다.

갖은 망령과 싸워야하고, 적은 있으나 어딜 가나 자신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최고인 척 그렇게 맹렬히 싸우며 살아야하는 것이다.

딱히 재물에 집착하지도 않고, 인생을 사는 데 별 재미가 없어 보이는 이 놈은 그래서 불쌍한 놈이다. 그리고 싸움에 있어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오히려 정공법을 택하는 비열하지 못한 놈이다.

비열한 놈,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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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극찬처럼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은 송강호가 분명하다. 이상한 말과 행동들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 역시 송강호이다.

그러나 그 웃음 뒤의 송강호를 벗겨 보면 송강호는 세 놈 중 가장 비열한 놈이다. 송강호는 아닌 척 어물쩡 넘어가기, 위기를 위트로 극복하기 등등의 달인이다.

그 유쾌함에 사람들은 잠시 어쩌면 송강호가 좋은 놈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송강호에게 당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송강호는 결코 착하지 않다. 오히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비열한 놈인 것이다.

특히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의 송강호는 압권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 때문에 참겠다.


'놈놈놈' 개인적으론 재미있게 봤으나 요즘 이 영화를 놓고 온갖 설전들이 오가고 있다. 사실 어떤 영화나 재미있다, 재미없다 평들이 나눠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이 영화 관련자들이 영화에 대한 혹평을 기를 쓰고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비평들을 조금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볼매임지
TAG 놈놈놈
2008.07.02 21:16 어제/어제의 영화·TV
오늘 블로거뉴스를 보다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바로 류승완 감독입니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블로깅한 글을 보니,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글은 여기에 바로 옮겨적어도 될 정도로 짧습니다.(말 나온 김에 옮겨오죠)

그리고 솔직, 강력하죠.
류승완 감독다운 글쓰기입니다.

가입....

했습니다....

반 강제루다가...

먹구 살라다 보니...

도와주십쇼...


얼마나 솔직한가요?
흔히 예술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재지도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먹고 살기위해 반강제로 가입했다고요.
그 누가 이 말을 듣고, 욕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나 다 조금은 이렇게 살아가는 걸요.

옆에 기획실에서...

기꺼이 즐겁게 가입한 분위기를 연출해달라고 하는데...

이거...

뭐...

언론 통제도 아니고...


솔직한 심경 드러내기란 이런 거 아닐까요?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류승완 감독, 분명히 즐겁게 글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유의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면서요.

도와주십쇼...

너무 비굴모든가?...

원체... 요즘 영화계 분위기가
바짝 엎드려 분위기라...

솔직히 한말씀 드리자면...

우리 영화...

쫌...

킹왕짱인듯...

감독이라면, 이 정도 자부심은 있어야하는 거 아닐까요?
최선을 다해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기꺼이 빼지않고도 '킹왕짱'이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만한 애정이 담겨있겠죠.

비록 류승완 감독이 직접 만든 블로그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반강제적으로! 가입한 블로그라 할지라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블로그가 아닐까요?

그리고 블로그 마케팅이란 이렇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누군가가 인터뷰해주지 않아도, 직접 이야기거는 방식이야말로 마케팅의 기본이라고요.
그래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 마케팅을 기획한 분에게 박수쳐 드리고 싶네요.
좋은 걸 기획하신데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블로깅하게끔 만들어냈으니까요.

류승완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좋아했던 감독입니다.
이번에 영화화되는 '다찌마와 리'의 단편도 봤던 터라 이번 영화가 기대가 되네요.
류승완 감독 덕분에 류승범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임원희라는 배우는 장진-정재영처럼 류승완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성있는 좋은 배우의 발견이죠.

재지 않는 솔직한 류승완 감독, 블로거가 된 걸 환영합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블로거들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여튼 그 소통의 길에 한발을 내딛은 류승완 감독 '킹왕짱'입니다.
글에 달린 수많은 격려의 댓글들에 답글까지 쓴다면 더더욱 '킹왕짱'이겠지만요. ^^


posted by 볼매임지
TAG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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