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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임지
이번 여름 휴가의 테마는 '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원래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긴했지만 마니아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좋다', 이런 느낌?

그런데 내 여름 휴가를 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으로 내몬 건 한 권의 책이었다.


그 속에서 반 고흐는 그저 그림 잘 그리는 화가 정도가 아니었다.

민중들의 삶을 아파하고, 그것을 덜고자 했던,

끝없이 여자들을 사랑했던,

예술가들의 낙원을 꿈꿨던

열정 넘치는 사상가이자 로맨티스트, 그리고 예술가였다.

그런 고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날 사로잡았고,

어느새 나는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편을 알아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흐가 프랑스 태생인 줄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그곳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반 고흐는 네덜란드 태생이다. 



네덜란드 북쪽 그루트 준데르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 네덜란드에 있는 반 고흐 뮤지엄에서는 고흐의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첫 여행지의 목적지로 반 고흐 뮤지엄을 택한 것이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반 고흐 뮤지엄으로 택했다.

숙소와 뮤지엄은 걸어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단지 그 이유로 숙소를 결정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드디어 입장.

아쉽게도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모든 것들을 눈과 마음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내 기억을 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반 고흐 뮤지엄에서 직접 본 고흐의 그림들은 붓터치 하나 하나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생동감을 넘어 그야말로 하나의 감동이었다.

늘 책이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그림을 직접 보니 그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

우선 대부분의 그림들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밝게 처리돼 있었다.

그림에 2cm X 2cm 정사각형을 그려 본다면, 그 안에도 무수히 많은 색과 터치가 들어가 있다.

그저 감탄할 뿐이다.

이곳에는 고흐의 초기 작품들인 다소 어두운 배경들의 그림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감자먹는 사람들과 성경이 있는 정물 등이 그렇다.

감자먹는 사람들은 책에서만 봤을 때는 세세히 볼 수 없도록 어둡게 표현돼 있었는데, 실제로 사람 한 명 한명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경이 있는 정물은 목사인 아버지와 신앙을 버린 고흐 사이의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린 그림인데, 

그림의 중앙을 차지하는 성경책은 아버지를 상징하고, 그 앞에 놓인 작은 책은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이다.

함께 하지만, 결코 함께 할 수 없었던 이들의 사이를 말해주는 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본 이 그림은 상당히 대형 작품이었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성경책과 에밀 졸라의 책도 전시돼 있었다. 

해바라기와 아이리스, 아몬드 꽃이 핀 나무들 등 여러 가지 꽃 그림들도 소장돼 있다.

나는 아이리스가 마음에 들어 아이리스 그림이 그려진 수첩과 볼펜을 사왔다.

아이리스는 아를의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그린 그림인데, 반 고흐 뮤지엄에 있는 건 노란색 배경, 뉴욕에 소장돼 있는 건 핑크색 배경이다.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미칠 수도 있는 걸까? 정신 분열이 있기 때문에 무아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걸까?


아몬드 꽃이 핀 나무는 조카가 태어난 걸 기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인데, 그래서인지 밝은 느낌이 강하다.

박물관을 모두 둘러본 뒤 아래층에 있는 기념품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곳에서 나는 절제의 정신을 잡느라 꽤나 노력했다.

그럼에도 몇십분 동안 이 곳에서 헤매며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고흐와 관련된 책부터 고흐의 그림이 들어있는 엽서, 수첩, 퍼즐, 컵, 넥타이, 우산 등 각종 기념품들이 즐비했다.

마음 같아선 이것저것 전부 사고 싶었지만 실용성을 생각해 엽서와 수첩, 볼펜만을 들고 박물관을 나왔다.

오늘은 고흐의 그림들을 직접 보았고,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그 그림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 떠날 터라 여행의 피로도 잊은 채 설레임을 안고 숙소로 향했다.


posted by 볼매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