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관련해 내가 썼던 기사 중 대표작으로 뽑는 글이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이 마무리 되고 난 뒤 썼던 글이다.
바로 엊그제 일어났던 일인 듯 생생하고, 자료 분석하느라 머리 아팠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아직 노동자에 대한 인식, 노동환경 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
아시아나는 과연 손해를 보았을까
아시아나 파업의 비밀…탑승률 지난해보다 오히려 상승, 주가도 올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위원장 김영근)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5일간 장기파업을 지속했다. 지난 10일 긴급조정이 발동됨으로써 노조는 일단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2004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조정과 중재 절차는 남아 있다.
비록 노사 자율교섭을 통한 단체협약 체결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은 파업 참가 조합원 402명이 이탈 없이 파업을 진행했다는 점, 항공업계 조종사노조로써는 초유의 장기파업을 벌였다는 점 등이 기록될 만하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기 전부터 계속됐던 언론의 '귀족노동자' 공세는 파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이어졌다. 노조의 파업이 마무리되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노조 파업으로 인한 매출손실이 2,53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간 동안 여객 수송은 57만명, 화물은 4만6,000톤의 차질을 빚어 각각 1,468억원, 1,06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고, 여기에 여행사 등 관련업계 피해액 1,948억원까지 합치면 총 4,478억원의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지난 10일까지 25일 동안 아시아나의 직접피해 1,745억원에 업계 피해액 1,656억원을 합쳐 총 3,401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이같은 파업손실액 보도는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아시아나항공에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 왔으며,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조종사노조의 파업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이익 2,680여억원을 기록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단 25일간의 노조 파업으로 2,53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다. 1년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2,680여억원에 그쳤는데, 채 한달도 되지 못한 파업에서 1년간의 당기순이익이 손실로 발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쪽은 손실액이 회사쪽 발표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매출 손실은 100% 탑승률을 기준으로 계산했기에 실제 피해액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파업기간이 최대 성수기였으므로 90% 이상의 탑승률이 보장되는 기간인 만큼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노조 파업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은 90% 이상이었을까?
탑승률, 지난해 동기대비 오히려 상승
추정 매출 손실 170억원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안전본부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파업 기간(7월17일~8월10일) 동안 국내선 2,133편, 국제선 172편 등 총 2,305편을 감편 운항했다. 또 화물에서는 약 1만9,500톤(지난 9일까지)의 화물수송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파업 기간인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5일 동안 여객편의 운송실적현황과 노조의 파업이 없었던 지난해 동기대비 운송실적현황을 비교해 봤다.<표1 참조>
올해 아시아나항공은 파업 기간 동안 국내선 2,108편, 국제선 3,287편 등 총 5,443편의 여객기를 운항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국내선 4,271편, 국제선 3,324편 등 총 7,648편을 운항한 것에 비하면 2,205편이 감축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 기간 동안 추정수입은 1,522억4천여만원이었던 데 비해 올해 추정수입은 1,350억2천여만원으로 추정수입액의 차이는 172여억원에 그쳤다.
특히 이를 노선별로 비교해보면 노선간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선의 경우 올해는 총 32만417석이 공급돼 실제로는 23만5,931명이 탑승했다. 탑승률은 77.81%, 전년 동기대비 국내선은 70만631석이 공급, 52만7,478명이 탑승해 탑승률은 76.46%를 보였다. 공급한 좌석과 탑승인원은 줄었지만 실제 탑승률은 올해가 오히려 1.35% 높게 나타난 것.
국제선의 경우 올해 공급한 좌석은 총 67만6,145석, 탑승객은 53만3,344명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국제선은 총 71만3,708석이 공급돼 55만6,020명이 탑승했다. 역시 지난해 탑승률은 78.82%였던 데 비해 올해는 82.51%로 파업기간인 올해 오히려 3.69% 증가했다.
국제선을 노선별로 좀더 상세하게 비교해보면, 올해 노조 파업으로 국제선 가운데 가장 먼저 결항됐던 시드니노선이 속한 대양주 노선의 경우, 지난해 공급된 2만2,010석 가운데 1만4,247명이 탑승해 탑승률은 65.16%에 그쳤던 데 비해 올해는 4,030석 공급에 2,763명이 탑승해 탑승률은 68.56%로 소폭 상승했다.
미주노선의 경우도 지난해에는 6만730석 가운데 4만9,335명이 탑승해 85.45%의 탑승률을 보였던 데 비해 올해는 공급된 4만9,101석 가운데 4만1,636명이 탑승해 86.16%의 탑승률을 보였다.
결항 사태, '골치덩이' 국내선에 집중
'파업아, 고맙다?'
노조 파업 기간이었음에도 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은 한일노선과 유럽노선을 빼고는 전년 동기대비 모두 상승했다. 한일노선은 지난해 20만6,142석 가운데 16만7,506명이 탑승 82.9%의 탑승률을 보인 반면, 올해는 20만716석 가운데 15만3,499명이 탑승해 78.07%의 탑승률을 보였다. 유럽은 지난해 84.5%, 올해는 84.19%의 탑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동기대비 탑승률이 높아진 것은 물론 추정수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제선의 경우 지난해 1,228억1,512여만원의 추정수입이 발생했으나 올해는 1,164억6,463여만원의 추정수입이 발생했다. 차액은 63억5,049여만원 정도.
추정수입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국내선이다. 국내선은 지난해 294억2,496여만원의 추정수입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185억5,706여만원의 추정수입이 발생해 차액은 108억6,790여만원으로 파업기간 동안 손실액의 대부분이 국내선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탑승률이 오히려 높아진 것과 손실액의 대부분이 국내선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제주도노선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보이고 있는 국내선을 대폭 결항시켜 손실규모를 최대로 줄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늘 적자만 보여 왔던 '애물단지' 국내선을 노조 파업을 빌미로 최대한 결항시킬 수 있어 큰 손해는 입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또 노조 파업기간 동안 추정수입은 지난해 동기대비 172여억원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매출원가를 제외한 탑승객에 대한 매출액 기준이므로 172여억원 전액이 손실액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유류비용 및 무노무임 보존분 손실액 포함 안돼
유류비 60억원, 조종사 임금 30억…실제 손실은?
비행기를 운항하지 않음으로써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유류비용과 노조 파업으로 인한 402명의 무노동무임금분까지 계산한다면 손실액은 훨씬 줄어들게 되는 것.
먼저 유류비용을 살펴보자. 유류비용은 항공기별, 노선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세부적인 유류비용을 산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5, 6월 아시아나항공이 총 주유한 금액과 지난달 7월17일부터 31일까지 노조 파업기간이 포함된 7월의 총 주유 금액을 비교해보면 유류비용이 어느 정도 절약됐는지 대략 유추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5월 총 주유한 금액은 625억8,778여만원, 지난 6월 총 주유금액은 582억8,927여만원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총 주유금액은 544억6,143여만원으로 지난 5월에 비해 81억2,635여만원, 지난 6월에 비해 38억2,784여만원이 지출되지 않았다. 두달치만 평균으로 잡아도 59억7,709여만원이 절약된 셈이다. 여기에 국제선 결항 비율이 더 높아졌던 8월1일부터 10일까지 지출하지 않은 유류비용까지 더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50~80여억원 정도를 지난 5, 6월에 비해 지출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파업에 참가한 402명 조합원들의 무노동무임금 약 32억(노조 추정치, 7월 무노무임으로 인한 미지급금 12여억원, 8월 무노무임 및 상여금 미지급 포함 20여억원)까지 감안한다면 172여억원의 가운데 실제 손실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파업에도 주가 오히려 상승
주식투자가들은 바보인가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단순한 손실액만을 추정해본다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사쪽이 왜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는지 이해할 만하다. 즉, 노조의 파업이 회사쪽에 손실을 끼쳐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카드라면, 이번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은 회사쪽을 압박할 만한 손실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항공사의 파업은 생산라인을 멈추게 해 물건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회사쪽에 손실을 입히는 제조업의 파업과는 달리 여객 및 운송수단인 비행기를 멈추게 한다 할지라도 적자노선의 결항 및 결항에 따른 유류비용 보존 등에 따라 손실액이 항공기 결항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선의 경우 현금회전의 이점을 제외하면 운항할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의 상식. 이는 국내선 비율이 높음에도 운항거리가 긴 미국 항공사들과 아시아나나 대한항공 같은 한국 항공사들의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번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사쪽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추이만 보더라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달 18일 4,550원에 마감됐던 주가는 지난 2일 5,070원으로 크게 올랐으며, 긴급조정이 발동된 지난 10일에는 4,850원에 마감돼 오히려 300원이 올랐다.<표2 참조>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정도로 '파국'을 빚었다는 노조의 파업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는 것이다.
3중의 이익 거둔 사측
아시아나항공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오히려 2가지의 이득을 취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 파업으로 비행기를 결항시킬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주로 적자노선 위주로 결항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적자가 나는 노선과 결항시의 탑승률, 추정수입 등을 좌표를 갖게 됐으며, 향후 적자노선 재조정 시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적자노선이 대폭 감축되는 방향으로 노선이 재조정 된다면 인력 구조조정 역시 피할 수 없게 된다.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책은 사규나 법을 위반했을 때 하는 것인데 파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책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파업으로 인해 경영에 많은 파급 효과가 심각하게 있다면 그에 따른 구조조정도 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구조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즉, 회사는 노선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료와 인력 구조조정의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또 노조 파업으로 인한 언론 공세는 모두 노조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항공사쪽은 도덕적인 책임감 등에서 비켜설 수 있었으며, 특히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는 등 앞으로 쉽게 파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구축돼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불안요인이 축소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회사는 3중의 이득을 본 셈이다.
조종사들은 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나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쪽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조종사들의 심리가 단체협약 요구에 나타나기도 했다. 노조가 내세웠던 13개 핵심안 가운데 하나를 차지했던 정년과 당초 핵심 요구였지만 나중에 철회한 외국인조종사 채용건이 그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55세 정년에 정년 뒤에는 조종사들과 매년 촉탁계약을 해 왔다. 노조는 촉탁계약이 조종사들의 고용불안을 야기시키고 조종사들의 고용불안 심리는 비행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며, 정년 57세 연장 및 재채용 시 기장과 부기장을 포함해 2년간 단일계약 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현행처럼 정년 뒤 1년 단위로 촉탁계약을 할 경우 사실상 조종사의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촉탁 재계약을 앞둔 조종사는 비행안전과 회사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비행교관이나 건교부 위촉 심사관을 담당하는 촉탁직 조종사들이 회사쪽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또 외국인조종사에 대한 요구도 조종사들의 고용불안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노조는 당초 △외국인조종사의 채용 정원은 2004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동결 △외국인 기장 채용 시 조합과 합의 △외국인 기장을 채용하는 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사고가 없는 조합원(촉탁 조종사 포함)을 해고할 수 없음 △외국인 조종사를 고용하는 한 구조조정, 집단해고, 기타 어떤 이유로도 조합원을 우선해 정리해고 할 수 없음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외국인 기장의 채용으로 부기장의 승진 기회는 그만큼 줄어드는 등 국내 조종사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히고 있다는 불안심리에 기인한 것이다.
노조는 특히 "회사의 인사정책 실패가 조종사들의 파업 동력을 이끌어낸 동기가 됐다"며 "인사정책이 시스템화 돼 있지 않아 조종사들의 진급, 기종 전환, 교관 선발 등에 있어 원칙없이 임원이 내키는 대로 인사가 좌지우지 됐다"고 지적했다. 즉, 고용불안과 진급 기회의 불안정성 등이 조합원들을 뭉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와 항공기 보유현황 등을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조종사들이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있는 여건임을 찾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4년 12월31일 현재 여객기 55대, 화물기 6대 등 총 6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직접소유는 2대에 그친다.<표3 참조>
나머지 36대(여객기 33대, 화물기 3대)는 운용리스, 24대(여객기 21대, 화물기 3대)는 금융리스로 운영되고 있다. 운용리스의 비율이 59%, 금융리스의 비율이 39%로 자체 소유 항공기가 없기 때문에 항공사 재정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금융리스 또는 운용리스에 의해 운항되고 있는 항공기의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항공기 계약 파기에 따른 조종사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방적인, 너무나 일방적인…
파업 위력 발휘되기 직전 긴급조정권 빼든 정부
또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안정화 돼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도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2조2,181여억원, 이 가운데 실제 영업이익은 690여억원이며, 당기순이익은 3,997여억원 적자를 봤다. 매출액 2조2천여억원에 영업이익이 700억원 가량 났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약 4천억원 적자가 났다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2002년도 아시아나항공은 2조5,736여원의 매출을 기록, 당기순이익 1,750여억원의 흑자를 봤다.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3천여억원이 늘었을 뿐인데, 전년도 적자액 4천여억원을 차감한 뒤 오히려 1,750억원의 흑자를 본 것이다. 2003년 6월 아시아나항공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아시아나항공이 흑자로 전환한 것은 △중거리노선확대 및 화물수요증가에 의한 매출증가 △환율하락에 의한 외화환산이익 증가 등 때문이다.
노선 재조정이 항공사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또 382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다. 2003년의 매출액은 2조5천여억원. 전년에 1,750여억원의 흑자를 달성했으며, 매출은 전년에 비해 700억원 가량이 감소했을 뿐인데도 오히려 380여억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또 2004년에는 2조9,921여억원의 매출을 기록, 당기순이익은 2,680여억원 흑자가 났다. 이를 통해 매출액과 적/흑자가 연동구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연도별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2004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2조8,859여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28.9%에 이른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매출액 신장보다는 노선 재조정과 인력 구조조정, 원가절감 노력 등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항공업은 노조의 협조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이 싣고, 더 빨리 가고, (기름을) 더 적게 먹게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회사쪽 입장에서는 더이상 노동강도를 낮추기가 어렵고, 노조 입장에서는 '비행안전'을 위해서라도 비행시간을 줄이는 등 노동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이에 따라 이번 조종사노조의 파업에서도 비행시간 축소 등 비행안전을 주요요구로 내건 노조와 가급적이면 인력충원을 원치 않으며, 오히려 적자노선을 조정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아시아나항공의 대결은 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양자가 물러설 수 없는 구조임에도 정부는 오히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항공기 안전운항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봤듯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국가경제를 해치고,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과 "항공기 안전운항 우려", "노사간 자율교섭 타결 전망 불투명" 등의 이유에 모두 배치되는 결정인 것이다.
이에 한술 더 떠 건교부는 "장기간의 파업으로 깊어진 아시아나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을 조기에 해소해 운항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운항 정상화 프로그램'을 마련·시행키로 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 운항 정상화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보면, "업무복귀에 따른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차질없이 확보할 수 있도록 승무원간 갈등해소 프로그램 운영, 시뮬레이터 교육, 훈련 등 5대 안전취약 분야, 26개 항목을 선정하여 항공안전감독관(5명)을 투입, 2주간 집중적인 감독을 실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종사에 대한 노선 및 공항별 기량·지식평가 등 운항자격심사도 현행 119명에서 152명으로 10%가 증가하게 된다.
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항공운송사업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의 규정에 의한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적극 검토하고, 쟁의행위 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며 조종사 수급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항공파업시 국가비상수송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항공운송사업의 필수공익사업 포함 방안 검토는 항공업계 노조의 파업을 전면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나 다름없다.
파업으로 손실을 입기는커녕 골치덩이였던 국내선 감편을 '합법적으로' 이룬 아시아나 사측. 언론의 파상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단 1명의 이탈도 없이 파업을 이끌던 조종사노조. 파업은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었고, 파업 장기화로 국제선의 대폭 결항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부가 빼든 긴급조정권은 결국 노동자의 파업권을 빼앗아 사측의 장기적 이익을 도운, 너무나도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횡포였다.
'내일 >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직장인에게도 연말 방학이 필요하다 (0) | 2007/12/18 |
|---|---|
| 기차 여행, 사라져 가는 것들.. (2) | 2007/12/13 |
| 전직 노동전문 기자가 본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4) | 2007/12/11 |
| 버스가 기차처럼 늘어선 강남대로..운수파업을 생각하다 (0) | 2007/11/08 |
| 아시아나는 과연 손해를 보았을까(2005-08-16) (2) | 2007/10/15 |
| '파업' 보도는 늘 똑같다 (0) | 2007/06/27 |